각종 성인병의 도화선이 되는 고혈압, 혈관이 딱딱하고 좁아지는 동맥경화,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를 유발하고 치료하더라도 뇌 손상 등의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심혈관 질환까지, 듣기만 해도 무서운 이 질환들의 공통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혈관이 노화되는 것이다.
혈관이란 심장과 인체 각 장기조직 사이로 영양소와 산소를 각 세포에 보내 우리 몸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데, 파이프에 녹이나 때가 끼면 노후화되듯이 혈관 역시 다양한 요인에 의해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노화가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혈관은 부드럽고 탄력 있는 상태가 아닌 딱딱한 상태가 되며, 콜레스테롤이 혈관 내벽에 죽처럼 고이는 죽상동맥경화증(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것이 파열되면 순식간에 혈관을 꽉 막히게 하는 혈전이 생성되면서 고혈압 등의 전신질환을 비롯해 각종 심혈관 질환(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매년 혈전 질환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에이즈, 유방암, 전립선암 사망자 수를 모두 합한 수치의 3배나 된다고 한다. 덧붙여 미국의학협회 내과학저널에 의하면, 혈관에 혈전이 생긴 환자(심부정맥 혈전증)의 사망률은 39%에 달하며 정맥에 생긴 혈전이 폐혈관 등을 막으면 환자 중 3분의 1이 사망한다는 보고까지 있다.
하지만 혈관은 외부로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고, 노화가 가속화되더라도 느끼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자신의 혈관 노화 진행 정도를 정확히 알고 대비하기는 어렵다. 단, 악화된 혈관 건강으로 진료받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달 전부터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숨을 쉬기 힘들었다’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흡연을 하거나 육류 또는 기름진 음식 섭취를 많이 하는 경우, 비만인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더 위험하다. 만약 본인이 이런 유형에 해당되고, 이상증세(가슴통증, 호흡곤란 등)를 느낀 적이 있다면 의학적인 측면에서 혈관 상태를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게 되면 혈관 탄력성이 떨어져 탄성 계수(압력에 저항하는 정도)가 낮아지는데 이것을 환산하여 혈관의 대략적인 나이를 측정해 볼 수 있다. (단, 이러한 검사에서 추정한 혈관 나이라는 것은 하나의 참조 수치며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혈관의 검사 방법으로는 경동맥 초음파를 예로 들 수 있다. 혈관 내벽에 쌓인 과산화지질로 혈전이 생겼을 때 혈관 내벽은 부풀어 오르고 내부 공간이 급격히 좁아지게 되는데, 이때 내중막 두께를 측정할 수 있는 경동맥 초음파를 시행한다면 혈관 노화의 심화 정도를 판단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동맥 초음파는 우리 몸에서 가장 혈관질환이 생기기 쉬운 크기의 혈관이 초음파로 가장 잘 보이는 혈관으로 심장을 포함한 여러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동맥경화 예측이 가능하다.
선정릉역 심장내과 가슴편한내과 이경진 원장(순환기내과 전문의)는 “혈관은 40~50대 이후 중년층에서 노화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혈관의 노화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혈관 질환 가족력 등의 위험인자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특히 동맥경화증은 10대부터 진행될 수 있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따라서 본인이 혈관 질환 위험군에 속한다면 동맥경화의 진행 정도를 반드시 검진을 통해 확인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심혈관 검진 결과의 정확도는 뛰어난 초음파 영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장비 그리고 심장 및 혈관에 대한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영상 판독이 가능한 의료진이 함께 한다면 혈관 나이의 측정은 물론 동맥경화 진행 정도, 심장 구조 및 기능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향후 5년~10년 내 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까지 예측해 볼 수 있다.
국민일보 '혈관에도 나이가 있다? 혈관나이 측정방법'